위덕소식

    음식에서 배우는 지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기획홍보팀
    댓글 0건 조회 7,639회 작성일 13-05-03 09:30

    본문

    음식에서 배우는 지혜

    외식산업학부 이진식 교수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1. 나눔

    장아찌는 아삭한 식감과 적당하게 밴 맛 때문에 밑반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G씨는 지난 해 늦여름 친지가 보내준 참외를 먹고도 남아 장아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씨를 발라내고 물기를 빼는 등 온갖 손질과 정성을 다하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하여 검색하기를 보태 장아찌 담그기를 마쳤다. 맛이 적당하게 들 무렵까지 긴 시간을 인내심으로 극복하고 드디어 개봉하여 맛을 본 순간 “이 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야, 자연의 작품이야”를 외칠 정도로 맛이 기막혔다. 참외 장아찌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맛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고 두고 먹어야지하고 최고의 보관 장소를 찾으면서 즐거운 다짐을 하였지만 그 것도 잠시, 참외 장아찌 담근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계절이 한 번 바뀐 다음 장아찌 단지를 발견하였지만 맛도 색도 무심하게 변해있었다. 자신의 건망증을 탓하다가 장아찌를 처음 개봉했을 그 때 모두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후회에 땅을 쳤다. 그리고 그 후회는 꽤 오래 갔다.

    2. 배려

    햄이나 고급 소시지도 많지만 7080세대는 분홍색 굵은 막대 모양의 소시지를 잊지 못한다. 지금과는 다르게 그 때 학생은 모두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갔다. 도시락 반찬은 빈부의 척도쯤으로 여겨졌다. 김치, 깍두기는 하, 어묵, 멸치는 중, 계란, 소시지는 상이었다. 계란을 묻혀 구운 동그란 분홍 소시지는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다. K씨 남편은 결혼 후 단 한 번의 반찬 투정도 없는 경상도 사나이였다.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은 지나가는 말로 분홍색 소시지이야기를 했다. 먹고 싶었지만 맘껏 먹을 수는 없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해 남편의 생일날,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가족의 밥상에는 분홍색 소시지 계란부침이 수북이 담긴 큰 쟁반이 올라 와 있었다.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돌았고 아이들은 처음 보는 반찬에 좋아라 하였다. 지금도 일 년에 한 번 분홍소시지 반찬이 나오는 날, 그날은 그 집 가장의 생일날이다. 남편은 말없이 눈으로만 “이 분홍소시지가 내가 먹어본 반찬 가운데 최고야” 라고 외쳤다.

    3. 감사

    고급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L씨는 많은 경험과 노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요리사가 될 수 있었다. 겉으로는 화려한 호텔이지만 주방은 전쟁터 같은 긴장감과 바쁘게 움직여야 곳이기 때문에 신입사원은 매우 힘들어 하였다. 그런 만큼 숙련된 셰프는 장인 대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고생 끝에 어느 정도 조리에 자신감이 생길 때 쯤 어느 날,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실력 좋은 고참 조리사가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꼼꼼하게 작업하는 그분에게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조리하는 한 과정이 끝나면 손을 씻는 일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일을 하였다. 칼 질을 한 번해도 손을 씻었고, 재료를 한 번 만져도 씻고, 그릇에 담기 전에도 씻고 담고 나서도 씻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씻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셰프님, 손을 왜 그렇게 자주 씻으세요, 그가 대답하기를 “손님들이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냐, 위생을 따지기 전에 고마운 사람에 대한 예의 아니겠어” 그 분 음식은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훌륭한 조리 기술보다, 좋은 식재료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조리사의 마음, 손님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손을 씻는 그 마음이라는 것을 L씨는 배웠다. 그분에게서 배운 최고 조리 기술은 손씻기였다.

    언론보도 : 대경일보(1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