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덕소식

    음미(吟味)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기획홍보팀
    댓글 0건 조회 8,067회 작성일 13-05-23 15:29

    본문

    음미(吟味)

    외식산업학부 교수 이진식

      음미는 읊을 음, 맛 미이니 맛을 읊다라는 의미로 볼 수 있겠지만 사전적인 의미는 “시가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함” 또는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함”이다. 훌륭한 문학 작품이나 음악과 예술을 음미한다는 의미도 강하지만 글자 그대로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야 말로 본래 글자에 충실한 해석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고 한 끼만 안 먹어도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음식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소중한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경우가 많다. 때가 되면 습관처럼 기계적으로 배를 채운다.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듯 살기위해 칼로리만 보충하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는 없어 보이는 정도다. 음미가 없는 것이다. 이 밥맛은 이렇고 저 반찬 맛은 저렇고 하는 단순한 생각도 안하고 먹는 때도 많다. 단지 맛있다 맛 없다라는 간단한 평가만이 식사 후에 내려질 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성껏 음식을 만든 조리사는 엄숙하고 경건하게 자신이 만든 음식의 맛을 본다. 그야말로 그 음식의 향과 맛과 색을 음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반성을 하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조리사에게 음미는 필수적인 것이고 큰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말을 하였다. 음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나타내 주는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은 음미를 해봐야 제대로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상대가 한 말의 속뜻이 무엇인지 음미를 해봐야 그 사람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음미하지 않는 겉만 보고 내린 판단은 실패하기가 쉽다.

    요즘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닥치는 대로 살아간다. 재미없고 즐거움 없는 시간이 계속된다. 음미하지 않으므로 느낄 것도 없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살 가치가 없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훌륭한 조리사가 자기가 만든 음식을 음미하듯 자신의 삶을 음미해 보아야 한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때로는 깊은 반성을 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을 음미하는 일이나 삶을 음미하는 일이나 원리는 같아 보인다. 정성이 가득한 정갈한 음식은 깊은 맛이 난다. 금방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우리 삶도 음미가 없으면 깊은 성찰이나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음식의 맛을 음미하려면 우선은 천천히 먹어야 한다. 급하게 먹으면서 음미하기란 어렵다. 먹거나 마실 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그 음식과 하나가 되는 듯 한 느낌으로 자신을 가득 채워야 한다. 입이 아니라 온 몸으로 음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삶도 이와 같아 우선은 천천히 살아야 음미를 할 수 있다. 너무 바쁜 일상과 여유 없는 마음을 가지고는 삶을 음미하기란 어렵다. 우선은 자신은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고, 그 다음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지고 음미를 실천해 보아야 한다.

    음식을 먹을 때 작은 반찬 하나라도 음미해가면서 먹는다면 맛 없는 음식이 어디 있으며 감사하지 않는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삶의 아주 작은 부분, 작은 시간도 음미해 가면서 살면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으며, 하찮은 인연이 어디 있으며, 불평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언론보도 : 대경일보(1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