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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胃)를 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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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기획홍보팀
    댓글 0건 조회 8,294회 작성일 13-05-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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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胃)를 속임

                                                                                        위덕대학교 외식산업학부 이진식교수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식사를 많이 했을 때 우리는 흔히 배를 만지며 만복감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배가 아니라 위가 가득 찼을 때 배부름을 느끼지요. 반대로 위가 비면 배고프다고 인식하여 먹을 것을 찾게 됩니다. 위는 소화 기능도 하지만 장으로 음식을 보내는 대기 창고 역할도 합니다. 위에서는 단백질이 주로 소화됩니다. 고기는 소화되는 시간이 길어 장으로 가기 전에 위에서 어느 정도 소화를 시킵니다. 고기를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고 느끼는 것은 고기가 위에 오래 머물기 때문이지요.

    밥이나 밀가루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위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바로 장으로 보내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은 근기가 없다는 말도 생긴 듯합니다. 배가 부르거나 고프거나 하는 것은 위에 달려 있으므로 위를 적절하게 잘 속이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먼저 채소나 나물 등 식물성 음식을 먹어 위를 좀 채운 후에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도 느끼고 칼로리도 적당하게 조절하기가 쉬워집니다.

    식사를 하고 나면 입에서, 위에서, 소장에서 소화가 되고 흡수가 됩니다. 밥은 포도당이 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가지요. 대개는 식사 후 30분이 지나면 올라가기 시작하여 1시간 전후로 혈당치가 최고로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 혈당이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탄수화물만 많은 음식, 달콤한 음식이나 과일을 먹으면 혈당이 급하게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런 음식을 혈당지수가 높다고 표현합니다. 밀가루 음식, 백미, 콘푸레이크, 수박 등입니다. 핏속의 혈당은 보통 때나, 밥을 먹은 후나 적정 수준보다 높으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밥상에 차려진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어도 먹는 순서에 따라 혈당 올라가는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다 먹더라도 천천히 혈당이 올라가면 몸에 부담도 덜하고 위험도 줄어들게 되겠지요. 먼저,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나물반찬이나 샐러드, 우엉이나 호박반찬 같은 것을 어느 정도 먹은 후 밥을 먹으면 반대로 먹을 때보다 1/3 정도는 혈당 최고치가 낮아집니다. 식이섬유가 먼저 들어가 탄수화물의 소화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지요.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나 달콤한 음료나 과일을 먼저 먹으면 자동차를 급가속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급가속은 차에 무리를 주듯 사람도 혈당의 급상승은 해롭습니다.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당뇨병이 생깁니다. 우리 몸은 혈당이 낮을 때나 높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갖추고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잘 대처하지만 혈당이 낮을 때 더욱 잘 대응합니다. 혈당이 높을 때는 인슐린만 분비되어 대처하지만 혈당이 낮을 때는 글루카곤 등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다양한 경로로 조절을 합니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은 먹을 것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적응해 왔겠지요. 그러나 현대에 와서 풍족한 식생활은 혈당을 많이 높이게 되어 버렸고 우리 몸은 이에 대처하는 것이 서투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공복에 오랜 시간 잘 적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배고픔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습니다. 조금만 배고파도 간식이나 음료를 먹기보다는 공복을 즐기는 것도 칼로리 조절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잘 속이기와 공복을 즐기기는 포만감이라는 강한 유혹을 이기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밥상을 받으면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찾아 한 입 먹기부터 시작하고, 배가 고파도 어느 정도는 즐길 줄도 아는 여유가 필요할 때입니다.

    언론보도 : 대경일보(13.03.25)